가을 새벽에 집을 나섰다. 요즘 가슴이 답답하게 막혀 있는 느낌이었다. 바다를 보면 조금 풀릴까 싶어 무의도로 향했다.
해가 산등성이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데크길에는 아직 사람이 없었다. 갯벌 위로 백로 한 마리가 날아올랐고, 물에 비친 그림자가 따라갔다. 이른 시간에 온 보람이 있었다.산 너머로 해가 떠 있었다. 모래밭과 갯벌 웅덩이 위로 빛이 길게 들어왔다. 데크길을 따라 걸으니 발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이 풍경만으로도 먼 길을 온 값은 했다.데크길이 바다를 끼고 길게 이어졌다. 한쪽은 바위 해안이고 한쪽은 탁 트인 바다였다. 앞서가는 사람들이 멀리 작게 보였다. 걸을수록 막혀 있던 가슴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바위가 뾰족하게 솟은 해안을 따라 데크가 이어졌다. 바다 위로 다리가 길게 놓여 있었다. 그늘진 구간에서는 공기가 서늘했다. 한 구간 돌 때마다 풍경이 달라져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소나무 사이로 계단을 내려갔다. 나뭇가지 틈으로 바다가 보였고 그 끝에 데크길이 걸려 있었다. 초록 숲과 푸른 바다가 한 장면에 담겼다. 잠깐 멈춰 서서 한참 바라보았다.데크 위에서 해안을 내려다보았다. 물빛이 잔잔했고 멀리 해변이 보였다. 아침 빛에 바위 색이 따뜻하게 보였다. 숨을 크게 들이쉬니 가슴이 시원해졌다.바위 곳곳에 작은 돌탑이 쌓여 있었다. 누군가의 바람이 하나씩 얹혀 있는 것 같았다. 나도 잠시 서서 들여다보았다.해안탐방로를 돌고 호룡곡산까지 올랐다. 정상 쪽 전망대에서는 바다와 섬, 해변이 한눈에 보였다. 하늘이 맑아 시야가 멀리까지 열렸다. 다만 이 구간은 해안길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다시 오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을 것 같았다.